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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소설 '변신' - 프란츠카프카 (더스토리)

by roooose 2021. 12. 1.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자신의 몸이 바퀴벌레로 변해 있었다는 설정은 신선하면서 충격적이다. 

그가 왜 갑자기 몸이 바퀴벌레로 변했고,

언제 다시 되돌아오는지, 돌아올 순 있는지, 평생 벌레의 몸으로 사는 것은 아닌지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진다.

또 소설이 후반부에 다다를 때는 가족들의 변화하는 태도도 눈여겨볼만하다.

화자는 풍족하지 않은 형편에 '가장'역할을 자처하며 봉헌한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 시대에도 볼 수 있고, 보았던 모습이기도 하다.
다시 소설로 돌아와 주인공이 벌레로 변하게 되어 가장의 능력이 소멸되자 
아이러니하게도 

유약했던 아버지는 다시 가장의 권위적인 모습을 되찾고, 
여동생은 이전과는 다르게 리더십 있는 모습으로 환골탈퇴한다. 
화자는 혼자 여러 명의 몫을 해내며 이 가정을 유지해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위기가 닥치니 잠시의 휘청임만 있었을 뿐, 
금방 회복하여 가정의 형태를 유지한다.

여기서 화자가 느꼈을 허망함. 
몸이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느꼈을 환멸감. 
그리고 더 이상 가족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하나의 무 쓸모 한 벌레로 여김을 받으며, 변화하는 가족들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느꼈을 화자의 외로움이 전해진다.

 

이것은 마치 가족 구성원 혹은 어느 단체에서든 

소속감을 박탈당한 이가 느낄 수 있는 소외감이 화자를 통해 투영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비현실적인 설정에서 오는 낯섦이 함께 공존한다. 
이러한 이질감이 이 소설의 묘미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점차 ‘변신’한 후의 시간이 쌓여갈수록 

사람이었던 삶은 기억에서 희미해져가고

벌레로 바뀐 후에 삶이 마치 본래의 삶이었던 것처럼 점점 익숙해져가는 모습에 씁쓸함이 더해진다.


이 책은 오래된 소설이지만 현대적인 시선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소설이 탄생하기까지의 작가의 배경을 살펴보는 것도 

소설 속 화자의 심리상태를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변신>외에도 9편의 단편소설을 담아냈다.

그중 하 나인 <법 앞에서>는 법 앞의 문지기에 가로막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여기는 당신 외의 어느 누구도 출입할 수 없었소. 

왜냐하면 이 출입문은 단지 당신만을 위해 정해진 것이었기 때문이오. 이제 나는 가겠소. 그리고 문을 닫겠소.”
라는 마지막 문장을 통해 그간 가로막았던 장애물은 본인 스스로였음을 알 수 있다.

성공을 갈망했지만 제풀에 꺾여 시도하지 못한 채 끝난 나의 지난 도전들이 떠올랐다.
여전히 쉬이 변하지 못해 시들어 사라질 내 도전들이 보인다. 
이제는 도전하기 어렵더라도 두려운 마음은 두려운 마음으로 남기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우선 시도부터 해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법 앞에서>는 3페이지 남짓한 분량의 단편 소설이지만 이처럼 큰 울림을 남긴다.

 


끝으로, 카프카는 소설을 통해 아버지와 대립하며 느꼈던 감정을 글로 풀어내며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앞으로 우리 자신들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고뇌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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