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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소설 '채식주의자' - 한강 (창비)

by roooose 2021. 7. 9.

 

가벼운 마음으로 뭣도 모르고 읽었다가 뒷걸음치게 만든 책

 

책이 어떠냐고 누가  묻는다면 외설적이지만 또 이렇게까지 솔직해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인간의 욕망. 밑바닥 본성을 숨김없이 과감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종종 흔히 긍정의 의미로 쓰이는 단어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중 오늘은 '참을성'에 대해 말하고 싶다.

나는 내 스스로 인내심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거부감이 들었다. 참을성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인내심이 좋다고 여기며 참고 넘겨왔던 일들이 미련하다고 자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에서 영혜의 남편은 "아내는 천성적으로 참을성이 많은 편"이라는 구절이

그 점에서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혜는 가슴이 답답해서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다.

이게 전조 증상이었다고 생각 든다. 

영혜는 묵묵히 본인의 역할에 충실히 지내던 중

꿈에서 본인이 사람을 살해하는 등 피 흘리는 잔혹한 꿈이 기폭제가 된다.

그 이후 모든 고기들을 입에 대지 않는다.

가족들에게 영혜는 갑작스럽게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그로인해 고기먹기를 강요받는다.

정상적인 범주의 사람처럼 지내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저 몸이 일러주는 대로 소박한 원칙을 실천했던 그녀에게, 사람들은 '채식주의자'라는 이름표를 달아주려 했다. 누군가가 실천하는 행위와 사람들이 그것의 속성을 규정하는 행위 사이에는 결코 해소될 수 없는 간극이 굳게 버티고 있음을 지켜보게 된다."

 

배경을 살펴보면 어렸을 때 강아지를 도륙 한 경험.

그간 살생하며 먹었던 고기들에 본인도 모르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것이다.

끝내 참고 넘겼던 지난 일들은 한꺼번에 발현되고 영혜는 끝끝내 정신줄을 놓고 본인도 놓아버린다.

결국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닿은 후 자기 파괴를 선택한 영혜.

도화선은 고기였지만 유년시절엔 아버지로부터, 성인이 된 후 남편으로부터

각자가 요구했던 역할들에 맞추며 참고 견뎌왔던 그 모든 것들이 기저였다고 여겨진다.

 

 

정신줄을 놓는 건 한끝 차이고 

 

미치는 게 덜 고통스러운가 정신 줄 붙잡고 버티는 일이 덜 고통스러운가 생각하게 된다.

 

어느 누구를 비판할 수 있는가

 

자극적이지만 그만큼 인상 깊은 책.

 

 

 

" 그녀는 다만, 우리에게, 열정과 냉정, 선과 악, 남성과 여성, 삶과 죽음, 고통과 치유 ・・・・・・ 등의 가치체계를 되묻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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